B2B 제품을 파는 법

세그먼트(Segment) CTO이자 공동창업자가 알려주는 B2B 프로덕트 세일즈의 핵심

B2B 제품을 파는 법

이 글은 얼마 전 Twilio가 $3.2B를 주고 인수한 Segment의 CTO/Co-founder Calvin French-Owen의 블로그 포스트 How to sell a B2B product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최근에 많은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내게 go-to-market (GTM) 관련된 조언을 구하러 온다. 그들의 제품은 실제로 사용자들이 잘 사용하고 있는 진짜 제품인데. 도대체 왜 팔리지 않는지 잘 모르겠단다. 개발 출신 혹은 개발자 창업자라면 대부분 갖는 고민일 것이다.

영업과 비즈니스에 관해 알아야 할 한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창업 1년 차의 세일즈는 회사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세일즈는 스타트업이 첫 발돋움을 내디딜 수 있도록 적절한 모멘텀을 주어 생존할 수 있게 한다. 세일즈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은 미디엄에 "졌지만 잘 싸웠다" 회고 포스트를 쓸 수도 있고,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시리즈 A로 직행할 수도 있다.

나도 세일즈나 비즈니스 쪽보다는 줄곧 프로덕트와 개발 영역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역자: 캘빈은 Segment의 CTO다). GTM 관련된 고민이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조언을 줘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최근에 우리 회사(Segment)의 CRO(Chief Revenue Officer)가 주도해서 개최한 이틀짜리 세일즈 교육에 참여하고 나서부터는 좀 더 명쾌한 조언을 줄 수 있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Force Management 라는 세일즈 컨설팅 회사가 (이름이 굉장히 대기업스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진행했는데, 그들의 커리큘럼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어떻게 B2B 프로덕트를 영업할 수 있을지 확실한 감을 잡게 되었다.

이 포스트의 목표는 Force Management로부터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해서 초기 스타트업을 이끄는 창업자들에게 (특별히 테크니컬 창업자들) 좋은 SaaS 세일즈 프레임워크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Segement)는 이런 프레임워크 없이도 여태까지 잘 성장해왔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프레임워크를 우리가 초반에 알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세일즈를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지만, 잘하지 못해야 할 이유도 당연히 없다.

B2B 제품을 파는 방법을 알아보자.

왜 세일즈는 B2B 프로덕트의 명운을 가르는가

(C) Calvin French-Owen. Link

세일즈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세일즈의 중요성, 특히 엔터프라이즈 세일즈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예전에는 제품이란 "알아서 팔리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잘 만든 제품은 산불처럼 알아서 퍼진다.

그러나 Segment를 이끌며 그 생각이 틀렸고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훌륭한 제품은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SaaS 비즈니스에서 세일즈가 중요한 이유

커피, 음식, 휘발유 등 우리가 일상에서 구매하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이런 상품 들은 거의 대부분 원자재(commodity)이다. 원자재의 비용은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료, 그리고 시장 내 포진해있는 경쟁사에 의해 결정된다. 아주 드물게 높은 품질에 대한 추가 마진이 있는 정도다.

이 말은 쉽게 말해 커피 한 잔에 5,000원은 흔하지만 50,000원짜리 커피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는 이게 말이 된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SaaS 비즈니스에서는 제품을 만드는데 비용이 (원가)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Salesforce (CRM)가 우리 회사(Segment)가 Salesforce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돌리는 인스턴스의 월 비용은 10만 원 남짓이지만, Salesforce는 우리에게 매달 수천만 원의 구독료를 청구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가치'에 돈을 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같은 제품이어도 5만 원에도 팔릴 수 있고 50억 원에도 팔릴 수 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구매자가 얼마나 큰 가치를 느끼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남들이야 어쨌든 구매하는 사람이 판단하기에 ROI(Return on Investment)가 충분히 높다면, 값이 얼마든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훌륭한 세일즈는 고객이 높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 간다. 가치 기반으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벌 수 있는 돈을 다 못 벌고 조금만 가져가는 셈이다.

레슨1. 세일즈가 아니라, 컨설팅이다.

(C) Calvin French-Owen. Link.

B2B 제품을 파는 첫 번째 방법은 역설적으로 세일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B2B 소프트웨어에선, 세일즈가 아니라, 컨설팅이다.

영업사원의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면, 딱히 나에게 도움을 주려 하는 사람들로 생각이 되진 않는다. 그들은 팔려고만 하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여태껏 만난 영업사원 중 99%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런 99%가 되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된 세일즈를 하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영업의 틀 밖에서 출발해야 한다. 세일즈는 딜을 클로즈하고 계약을 수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좋은 세일즈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고객과 대화할 때면,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접고 시작해라. 그 대신 그 고객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무언가는 당신의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몇 가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하기

고객사가 상장사라면 분기별 보고서가 있을 테고, 비상장사라도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고객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미리 한 번쯤 사용해보고, 그들의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온라인에서 한번 찾아보라. G2Crowd나 Yelp 과 같은 리뷰 사이트도 한번 체크하는 것이 좋다.

고객사와 첫 번째 미팅을 하기 전에, 고객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특히 상장사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을 공개한다. 그런 정보를 찾는 것은 세일즈하는 사람의 몫이다.

고객에게 "이상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묻기

도구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 도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분기마다 달성해야 하는 어떤 목표가 있을 수 있고, 분기를 넘어 전반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지표(metric)가 있을 수 있다.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세일즈에 있어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이다.

비즈니스 목표와 이어보기

결국, B2B에서 고려하는 비즈니스 목표는 손에 꼽을 수 있다. 매출을 높이는 것, 비용을 줄이는 것, 리스크를 줄이는 것,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 등 - 비즈니스에는 늘 명확한 목표가 있다.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가지 비즈니스 목표에 대해 자세하게 이해하고, 실제 어떤 사례가 있는지 등 알아보는 일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당신의 B2B 제품 역시 이 중 하나에는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저희 제품의 UX와 UI가 더 좋습니다" 식의 설득은 명확한 결과와 ROI를 놓고 말하는 비즈니스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메모하기

Segment의 톱 세일즈 담당자들 사이에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쉬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이다. 고객사 중 그 누구도 메모한다고 뭐라 하거나 안 좋게 보지 않는다. 메모하는 습관은 고객이 말하는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세일즈 담당자가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팔로업 이메일을 보내거나 미팅 등을 하게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메모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하기만 하면 프로처럼 보일 수 있다.

레슨 2. 첫 번째 미팅 잡기

(C) Calvin French-Owen. Link.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면, 이제는 그 고객과 만나야 할 차례다.

고객과 만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인바운드(inbound)와 아웃바운드(outbound)로 나뉜다.

Inbound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을 인바운드라고 하는데,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려면 그럴만한 흥미를 끄는 것들을 내걸어야 한다.

콘텐츠 마케팅의 경우 나의 No. 1 룰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라"이다. 좋은 콘텐츠는 뻔하지 않아야 하고, 자신만의 데이터나 경험, 깊은 리서치 등을 토대로 만든 자료인 것이 좋다.

콘텐츠 마케팅을 스스로 평가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이 글을 6개월 전에 읽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질문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콘텐츠에 "너무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riceonomics가 만든 Content Marketing Handbook을 참고하면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배워볼 수 있다.

인바운드에 대해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발자와 같은 일부 고객층에서는 아웃바운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Segment 초기에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인바운드 활동을 하였다.

블로그 포스트
우리는 블로그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가 배운 것이라든지 우리가 만든 것에 대해 닥치는 대로 썼다.

인터널 툴들을 오픈소스로 공개
우리가 직접 만들어 쓰던 사내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각 툴마다 랜딩 페이지도 만들고, 로고도 디자인했다.

애널리틱스 아카데미 운영
Segment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데이터 분석을 더 깊게 배우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Segment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많은 사람에게 데이터 분석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Outbound

만일 빠른 시일 내에 고객을 개발해야 한다면 (혹은 시장 구조상 빠르게 모객해야 한다면) 세월아 네월아 인바운드에만 의존할 수 없고, 당장 콜드 메일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아웃바운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콜드 메일 및 아웃바운드 이메일을 받는 것을 꺼린다. 아웃바운드 이메일은 잘 써서 보내도 '스팸'으로 보이고, 최악의 경우 짜증의 대상이다. 나의 경우를 놓고 봐도 나는 대부분 아웃바운드 이메일을 열지도 읽지도 않고 바로 아카이브해버린다.

하지만 아웃바운드 이메일도 '제대로' 보내면 다를 수 있다. 몇 가지 주요 체크리스트를 보자면:

사전 조사는 필수
콜드 메일을 받을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사람의 링크드인, 트위터를 확인하고 만일 최근 강연이나 팟캐스트 등에 출연한 적이 있다면 꼼꼼히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20개 잘 쓴 이메일, 1,000개 자동 이메일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1,000개의 템플릿 기반 자동 이메일보다 20개 시간을 들여 잘 쓴 이메일이 훨씬 효율이 높다. 만일 초기 유저 피드백이 필요하다면, 당신이 유저로 데려오고 싶을 사람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Why me? Why now?
당신의 이메일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읽히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사를 꼼꼼히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당신과 상대방에게 연관된 정보가 있어야 하고, 당신이 왜 이메일을 보내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서버 다운(outage) 대응 방법에 대해 강연하신 것을 봤습니다. 저는 그 강연을 보고 나서 엔트리포인트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결국, 특정 소프트웨어 도구가 있어야 그것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 첫 번째 버전 제품을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고 싶습니다.

소개(intro)를 받아라
많은 창업자들이 투자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줄 모른다. 나에게 누군가가 신생 스타트업을 만날 것을 권하면 그냥 다짜고짜 만나자고 하는 스타트업보다 10배는 더 실제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레슨 3. Before vs. After

(C) Calvin French-Owen. Link.

이제 실제로 리드와 연결된 다음의 상황으로 넘어가 보자.

이쯤에서 99%의 세일즈 팀원은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은 피치(pitch)를 한다. 그런 영업은 통조림 같고, 개인적이지 않으며, 실속없는 말만 가득하다.

즉, 고객에게 통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세일즈 방식은 당연히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앞서서 설명했지만, 세일즈 담당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일즈하는 사람이 아니라 컨설턴트라는 생각을 하고 임해야 한다.

그렇기에 세일즈 담당자는 "내가 누군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깊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고객이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고객의 문제와 현재 해결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Segment의 경우에서는:

"고객님에게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어떤 지표를 만들고자 하십니까?"

"What does success look like? what metrics are you looking to move?"
"지금 고객님이 자사의 퍼널(funnel)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Tell me how you answer a question about your funnel today?"
"새로운 제품을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설명해주세요."

"Walk me through the process to gauge the success of a new product launch."

이처럼 열린 질문은 고객사의 "before" 상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도록 한다. 즉, Status Quo, 현재 상황이다.

고객사의 현재 상황을 보다 보면 여기저기 모난 구석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거나 말이다. 이런 구석들에 더욱더 깊게 파고들어라. 고객이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나중에 가서는 세일즈 담당자는 고객의 말을 빌리지 않고도 직접 고객의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만한 질문도 많이 던져야 한다.

고객의 현재 상황을 이해했다면, 다음 차례는 고객의 "1년 뒤" 모습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고객에게 제시해야 할 "After" 상태의 모습이다.

After 상태를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써보라. 고객의 After 상태는 최대한 지표와 비즈니스 목적의 달성 위주로 기술해야 한다.

레슨 4. 요구 역량(Required Capabilities)

(C) Calvin French-Owen. Link.

명확한 "Before"와 "After"를 정의했다면, 이제 어떻게 Before에서 After로 갈 것인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이 단계를 우리는 "요구 역량"(required capabilities)이라 부른다.

이 단계에서는 요구 역량이 아닌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요구 역량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또한 요구 역량을 선정하는 일은 언제나 고객과 "함께"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냥 단순하게 요구 역량을 나열한다면 잘못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구 역량을 선정할 때는 하나의 제품을 기획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제품은 골방에서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의 화이트보드 논의와 리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또 반영해가며 만들어진다.

고객이 가진 요구 역량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세일즈 담당자의 일이다. 따라서 세일즈 담당자의 목표는 논의를 거쳐 고객이 원하는 요구 조건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일 Datadog을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영업하는 세일즈 담당자라면 아래처럼 요구 역량 리스트를 작성할 것이다.

  • 요구 역량 1. 엔지니어들은 대시보드를 만들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모니터할 수 있어야 한다.
  • 요구 역량 2. 엔지니어들은 모니터링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얼럿이 페이저시스템(예: PagerDuty)과 연결될 수 있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
  • 요구 역량 3. 엔지니어들은 직접 커스텀 애플리케이션-레벨의 지표를 생성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요구 역량 4. SSO(Single Sign On)을 지원해야 한다.

고객은 고객사와 고객사가 가진 문제 (니즈)에 대해서 전문가이고, 세일즈 팀원은 고객사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 구매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 전문가일 것이다. 따라서 세일즈 팀원과 고객이 힘을 합쳐 어떤 요구 조건들이 필요한가를 결정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요구 역량 리스트는 고객과 세일즈 담당자 두 사람 모두 만족하는 리스트여야만 한다.

레슨 5. 우리는 어떻게 (더 잘) 하나?

(C) Calvin French-Owen. Link.

이제 고객에게 우리 제품에 대해 자랑을 하는 시간에 관해 얘기하려고 한다.

고객에게 우리 제품의 장점을 전달할 때는 단순하게 피쳐 리스트(feature list)를 장보기 리스트처럼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에 우리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이 좋다. 우리 제품이 어떤 특정 문제를 직접적으로, 또는 결과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팔 때는 결국 몇 가지 "가치 제안"으로 귀결되는데, 네 가지 가치 제안이 있다.

  1. 더 빠른 속도
  2. 더 높은 매출
  3. 더 적은 비용
  4. 더 적은 리스크

이것 외에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 네 가지 가치 제안에 우리 제품을 연결해 매듭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 (Segment)에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살펴보면 전부 위 네 가지 가치 제안과 연결되어 있다.

  • AWS는 우리가 iteration을 더 빠르게 돌 수 있도록 해준다.
  • Salesforce는 매출을 키워준다.
  • GSuite은 이메일 서버를 운영하는 비용을 줄여준다.
  • Okta는 해커들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준다.

물론 네 가지 가치 제안은 서로 겹칠 때가 많고, 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 더 빠른 속도는 비용을 줄여 준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는 핵심은, 이 네 가지 가치 제안이 결국 고객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요소들이라는 점이다.

레슨 6. 세일즈 주문 외우기

(C) Calvin French-Owen. Link.

나중에 본 블로그 포스트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도 이 레슨만이라도 외우면 된다.

Segment의 세일즈 주문(The Mantra)은 고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마무리하거나 고객사와의 회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다음 단계를 논의할 때 유용하다.

세일즈하는 사람이라면, 세일즈 주문을 거의 생일 축하 노래 만큼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툭' 치면 나오니까.

세일즈 주문

  1.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다면, 현재 [고객 이름]은 [비즈니스 가치 제안]을 달성하고 싶으신 것이군요...
  2. 우리가 함께 그 목표(비즈니스 가치 제안)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구 역량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 그리고 그 요구 역량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지표 1]과 [지표 2] 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자, 그래서 우리 제품이 어떻게 그 요구 역량들을 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5. 그리고 우리 제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쟁사보다 나은지 설명하겠습니다...
  6. 이 부분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아래를 함께 보시죠...

위 6가지 주문은 고객사와의 상호 이해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6가지 주문을 통해 고객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보여줄 수 있고 고객의 문제를 진지한 태도로 해결하고자 함을 보여줄 수 있으며, 우리 제품이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줄 수 있음을 알려줄 수 있다.

체크리스트: MEDDPICC

(C) Calvin French-Owen. Link.

마지막으로 알아볼 것은 세일즈 프로세스에서 빠진 것이 없는지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우리는 이 체크리스트 항목들의 앞글자를 따서 MEDDPICC (매드픽)이라 부른다.

NASA나 SpaceX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 빠진 것이 없는지 처음부터 하나씩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 것처럼, 이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짚다가 아직 마킹하지 못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아직 세일즈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etrics 지표

지표는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고객사가 측정할 지표에 관해서는 구매자와 세일즈 담당자가 모두 완전하게 동의해야 한다. 지표는 최종적으로 고객사가 우리 소프트웨어 제품의 투자대비결과 (=ROI)를 측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conomic Buyer 최종구매결정자

최종구매결정자는 최종적으로 우리 소프트웨어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최종구매결정자가 실제 사용할 유저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세일즈 담당자는 언제나 우리 소프트웨어를 결국 누가 구매할 것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Decision Criteria 구매 결정 기준

구매 결정 기준은 결국 위에서 설명했던 "요구 역량"이다. 이 구매 결정 기준을 통해 고객은 우리가 영업하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평가한다.

고객과 세일즈 담당자와의 거래에서 고객이 늘 우위를 점하는 이유는 고객에게는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Do Nothing)"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세일즈 담당자가 파는 제품을 포함해 어느 제품이든 그냥 구매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그래서 세일즈 담당자는 제안할 때 언제나 자사의 제품을 고객이 신경 쓰는 특정 지표와 연관 지어야 한다. 세일즈 담당자는 고객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카드가 매우 비싼 기회비용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Decision Process 구매 결정 프로세스

구매 결정 프로세스에서는 고객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떤 절차가 있고, 어떤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구매 결정 프로세스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지금 담당하는 고객사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일즈 담당자는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 구매 결정을 내리려면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가?
  • 그 사람과 대화하려면 타임라인이 어떻게 되는가?

Paper Process 계약 진행 서류 절차

계약 진행 서류 절차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은 모든 서류, 즉 폼(form), 협의서(paperwork - LOI, MOU 등), 계약서(contracts) 등이다. 구매 결정 프로세스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따로 꼼꼼하게 챙겨야 할 만큼 중요하다.

Segment에서도 거의 성사된 수주 계약을 서류들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엎어진 경험이 여러 번 있어 더욱 신중하다.

Identified Pain 고객이 인지하는 문제

Identified Pain (고객이 인지하는 문제)는 MEDDPICC 에서 거의 끝자락에 있는 약자지만, 사실 세일즈 프로세스의 출발은 이곳이다. 좋은 세일즈 프로세스에서는 세일즈 담당자가 고객의 문제를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 고객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Champion 챔피언

세일즈에서 챔피언이란 고객사 소속 직원 중에 우리 제품을 도입하기 가장 원하는 사람이다. 초기 스타트업 스테이지에서는 챔피언이 곧 최종구매결정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딜 사이즈가 커지고 엔터프라이즈급 세일즈로 성장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챔피언이 곧 최종결정자라면 더 빠르게 계약을 수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최종구매결정자로부터 따로 승인을 얻어야 하므로 조금 더 느리고 복잡하다.

그럴 경우 세일즈 담당자는 우리 제품을 도입하길 원하는 고객사 소속 챔피언에게 동료와 상사들을 설득할 만한 무기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어야 한다. 우리 제품을 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콘텐츠나 제품 데모 등을 준비해서 챔피언이 고객사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화력"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Competition 경쟁

우리는 꼭 경쟁사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사 내 도입 반대 의견을 내 거는 사람들도 경쟁이다. 실제 경쟁사이든, 고객사 내부에서 도입 반대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든, 아니면 고객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 카드를 내걸든 각 케이스마다 고객이 왜 그 케이스를 고려하는지 알아내야 제대로 된 대응(objection)을 하며 딜(deal)을 성사시킬 수 있다.

B2B 세일즈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결국, 좋은 세일즈는 고객을 깊게 이해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세일즈는 Product Market Fit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기도 하다. B2C에서 유저를 만나면 보통 하는 일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라면, B2B에서는 세일즈를 통해 고객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만약 이 블로그 포스트를 다 읽고 나서도 얻어갈 것이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두면 좋겠다.

이 세상에 고객보다 고객의 문제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고객은 고객의 비즈니스에 관해서라면 굉장히 상세한 디테일까지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 담당자의 임무는 이런 고객에게 지금 겪고 있는 문제와 시장에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고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블로그 포스트에서 다룬 내용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 팔고자 한다면 - 그것이 어떤 아이디어이든, 효율적인 세일즈 프로세스를 사내에 이식시키는 일이든 간에 말이다.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해라. 나머지는 알아서 쉽게 따라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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