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가 알아서 팔리는 거라면, 영업은 왜 필요한데?

SaaS 업계의 흔한 오해는 제품이 정말로 쉽고, 빠르고, 좋으면 제품이 스스로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초반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더라도 SaaS 제품은 절대 스스로 팔리지 않는다. 강력한 영업 조직은 시장에서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SaaS가 알아서 팔리는 거라면, 영업은 왜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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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안드리센호로위츠(a16z)의 Marc Cranney가 쓴 "If SaaS Products Sell Themselves, Why Do We Need Sales?"를 번역한 글입니다.


SaaS 업계의 흔한 오해는 제품이 정말로 쉽고, 빠르고, 좋으면 제품이 스스로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료 플랜이나 유료 구매 전 무료로 트라이얼을 해볼 수 있는 모델이 보편화된 것을 보면, 어디에서 이런 오해가 비롯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뚝딱 만들어내면 제품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다.

초반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더라도 SaaS 제품은 절대 스스로 팔리지 않는다. 강력한 영업 조직은 시장에서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비유하자면, 큰 회사를 상대로 하는 B2B 영업은 마치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일과 비슷하다.

큰 회사들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매우 길고 복잡하다. 서로 이득을 보려는 사내 정치와 레거시와 인하우스 솔루션의 잔재, 기존 벤더사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B2B 영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고객사들의 이러한 길고 복잡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끝에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고객사의 의사결정 방식까지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찌어찌해서 대기업을 고객사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회사가 계속 앞으로도 고객으로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업셀(upsell), 크로스셀(cross-sell)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지사나 본부 등으로 고객사 내 제품 사용을 확장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온보딩 이후 업셀과 크로스셀 등의 활동을 위해서라도 직접 고객을 만나서 고객 관계 구축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B2B 영업 팀이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바로 이 순간은 정확하게 제품이 "알아서 팔리는" 시점과 맞물린다. 이 시점부터 영업 팀이 없다면, 이후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위험이 커진다.

영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에게 영업은 그저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작업일 뿐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영업담당자를 고객에게 제품 소개 브로슈어를 읽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틀렸다.

영업의 진정한 목적은 고객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이는 스타트업이나 성장 기업과 같이 새로운 시장을 타겟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기업에 있어 더욱더 중요한 포인트다.

데이터 센터 자동화 솔루션을 팔던 Opsware에서의 내(필자)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시장이나 제품이든 간에 B2B 영업의 본질은 똑같다.

또한 수많은 SaaS 창업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새로운" B2B 고객은 옛 B2B 고객과 별다른 것이 없다.

그렇기에 B2B/SaaS 영업은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신흥 B2B 고객과 옛 고객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들, 고객에게 판매하는 영업 팀의 마인드셋은 180도 바뀌어야 한다.

내가 Opsware에서 영업리더로 있었을 때, 영업담당자들이 고객으로부터 거절당하고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XYZ 기업에는 데이터 센터 자동화를 할 만큼의 여력이나 예산이 없습니다."

나는 그 영업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음, 기회를 한 번만 더 줄게요. 트레이닝 때 분명 말했는데 놓치신 것 같아서요. 한 번만 더 같은 이유를 제게 주시면 이곳에서 일하실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 회사에는 데이터 센터 자동화를 할 만큼의 여력이나 예산이 없었다. 그 당시엔 말이다. 이땐 데이터 센터 자동화에 대한 시장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2004~2007년)

우리 영업 팀의 임무는 고객을 만나서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영업 팀원들에게 고객사들이 주로 갖는 우선순위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데이터 센터 자동화 예산을 끼워 넣을 만한 공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할당 및 배정된 예산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객과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것. 이게 진짜 B2B 영업의 본질이다.

모든 고객이 알고자 하는 3가지

B2B 및 엔터프라이즈 영업에는 다양한 단계와 프로세스가 있지만, 결국 다음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1. Why buy?
  2. Why you?
  3. Why now?

1. 왜 행동해야 하는가? (Why should I chang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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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행동해야 하는가? 영업담당자는 고객의 최우선순위 및 이니셔티브들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기업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영업과 마케팅팀의 일은 이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그다음은 고객사의 우선순위와 우리 제품의 가치 제안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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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영업담당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영업담당자가 먼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고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기 전에 일찌감치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1. 고객 자신도 알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이미 파악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개의 솔루션 회사 중 하나가 된다.
  2. 고객이 가진 비즈니스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외주나 대행을 하는 벤더사로 규정하게 된다.
(C) a16z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Why your solution? vs. your competitors?)

당신보다 당신의 제품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당신의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고객에게 잘 알려주어야 하는 사람도 당신뿐이다.

고객에게 경쟁 제품들과 왜, 그리고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려주면 결국 당신의 제품에 유리한 프레임으로 포지셔닝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이후 경쟁 제품들과의 비교 차트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 질문을 하는 단계에서 영업 팀의 임무는 3가지 기준에서 고객의 성공이 어떤 그림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1. 비즈니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비용 절감, 매출 증대, 리스크관리 등)
  2. 구조적으로 스케일이 가능한가?
  3. 실무와 기능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

또한 이 단계에서 영업 팀은 (1) C-레벨 및 의사결정권자, (2) 실무진 리더 (VP, 디렉터, 매니저 등), (3) 사용자 레벨을 대상으로 메시징, KPI, 마케팅 등을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1번 아니면 3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1번부터 3번까지 고객사 위계 전반에 걸쳐 메시징, KPI, 마케팅 등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단계에서 고객사와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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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는 세일즈 파트가 주로 리드를 하면서 알맞은 타이밍에 알맞은 레벨에서 알맞은 메시징과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업담당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Why now?)

2번 질문 단계에서 경쟁을 제거하고 나면 영업담당자는 가치 제안을 측정할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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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치로 솔루션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면 3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1. 당신의 제품, 고객사의 운영 측면에서의 효과, 그리고 재무 측면에서의 ROI를 각 항목별로 일치시킬 수 있다.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결국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 중에서 우선순위를 가려내어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프로젝트에만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솔루션과 운영 효과 미 재무적 ROI를 일치시킬 수 있다면 우선순위 리스트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2.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현재 상태'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려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당신 제품이 가져올 수 있는 ROI와 비교해서). 고객사는 현재 상태에 어떤 문제와 어려움이 있는지 당신의 비즈니스 케이스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고객사의 문제를 아주 깊게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다.
  3. 당신의 솔루션이 고객사의 우선순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도울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Land & expand (일단 기업 내 작은 팀이 도입 - land, 그 후 전사 및 확장 도입을 노리는 전략 - expand)를 하는 SaaS는 승자독식 구조가 지배적인 시장이다. Land 했다고 무조건 Expand 되지도 않는다.

Land는 제품이 해결할 수 있어도, Expand는 고객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업, 고객 성공, 고객지원 등의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 있어 위 3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 가운데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Expand를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할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세일즈 툴을 만들기 위함이다.

B2B SaaS에 있어 가장 강력한 툴은 좋은 레퍼런스다.

신규 고객도 좋지만, 새로운 상품을 파기에 가장 좋은 고객은 이미 돈을 내는 고객이다. 따라서 초기 고객을 해당 고객사 내 혹은 외부에 대한 레퍼런스로 만들어야 한다. 제품은 스스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레퍼런스가 팔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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